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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 음악으로 삶을 다시 짓다

by 항상행복한부자 2025. 4. 26.

〈비긴 어게인〉은 음악을 통해 상처받은 두 인물이 삶의 균형을 되찾고 다시 시작하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원스〉로 감성 음악 영화의 전형을 만들어낸 존 카니 감독이 다시 한번 도시와 감정, 음악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며 ‘삶의 회복력’을 이야기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도, 단순한 음악 영화도 아닙니다. 사랑의 상실, 자존감의 회복, 관계의 변화, 창작의 진정성, 그리고 도시와 예술이 사람에게 주는 의미까지 폭넓게 담고 있습니다.

줄거리 요약: 실패에서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는 유명 뮤지션 데이브(애덤 리바인)의 연인이자 작곡 파트너입니다. 하지만 데이브가 성공한 후 그녀를 외면하고 다른 여성과 관계를 맺으면서, 그레타는 모든 것을 잃고 뉴욕 거리에서 홀로 남겨집니다. 한편, 댄(마크 러팔로)은 과거 잘 나가던 음반 프로듀서였지만 지금은 가족에게도, 회사에서도 버림받은 상태입니다.

이 둘은 뉴욕의 작은 바에서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무대에서 그레타가 부른 노래는 단조롭고 소박했지만, 댄은 그 안에서 진심을 듣습니다. 그는 그녀의 곡에 잠재력을 느끼고, 둘은 레코딩 계약 없이 직접 앨범을 만들기로 합니다. 다만 녹음 장소는 스튜디오가 아니라 뉴욕의 거리, 지하철, 옥상, 놀이터입니다. 도시가 바로 스튜디오가 되는 실험은 창작의 진정성을 더욱 강조하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인물 분석: 로맨스보다 진짜 회복 이야기

① 그레타 – 사랑을 넘어 자립으로

그레타는 데이브와의 이별로 인생이 무너졌지만, 결코 복수하거나 복원하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음악으로 자신을 다시 정의하려고 합니다. 그녀의 노래는 화려하지 않고, 오히려 단순하고 조용합니다. 하지만 가사에는 진심이 담겨 있고, 그 진심이 청중에게 닿습니다. 그녀는 음악을 통해 스스로를 구원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② 댄 – 과거의 성공보다 현재의 진심을 택한 남자

한때 잘나가던 댄은 이제 모든 것을 잃은 상태입니다. 딸과는 소원하고, 아내와는 이혼했고, 회사에서는 해고 통보를 받습니다. 그런 그에게 그레타의 음악은 새로운 가능성이자 삶의 의지입니다. 그는 진심 있는 음악에 투자하며, 다시 사람들과 연결되기 시작합니다. 댄의 변화는 단지 경력의 회복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 회복이기도 합니다.

음악의 기능 – 단순한 배경이 아닌 서사의 언어

〈비긴 어게인〉의 음악은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내러티브의 핵심 도구입니다. 등장인물들이 말을 하지 않아도, 노래 한 곡이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영화 속 대표곡 "Lost Stars"는 사랑에 대한 허무, 상실감, 그리고 진정한 나에 대한 고뇌를 담고 있으며, 두 가지 버전(그레타 버전, 데이브 버전)을 통해 각 인물의 감정선을 대조적으로 보여줍니다.

또한 "Tell Me If You Wanna Go Home"은 독립과 자립, 그리고 관계 정리의 선언과도 같은 곡으로,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댄의 딸 바이올렛이 함께 연주에 참여하면서 감정이 최고조로 치닫습니다. 모든 곡들이 OST 그 자체를 넘어, 인물의 내면과 영화의 주제를 대변하는 역할을 합니다.

도시 뉴욕 – 하나의 캐릭터처럼 살아 있는 공간

존 카니 감독은 도시를 풍경이 아닌 주인공처럼 사용합니다. 화려하거나 이상화된 뉴욕이 아니라, 복잡하고 소란스럽고 때로는 외로운 뉴욕이 인물의 감정과 동기와 함께 호흡합니다. 앨범을 녹음하는 공간은 고급 스튜디오가 아닌 거리, 골목, 지하철역입니다. 이 선택은 ‘진짜 삶 속에서 음악이 나온다’는 메시지를 시청자에게 직접 전달합니다.

영화에서 도시와 인물은 평행선을 그리며 함께 성장합니다. 도시는 고정되어 있지만, 인물은 도시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이런 상호작용이 관객으로 하여금 ‘나도 저 공간 안에 있는 것 같은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감정선의 전개 – 대사보다 시선, 멜로보다 공감

〈비긴 어게인〉은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처럼 흘러갈 수 있었지만, 뚜렷하게 그 공식을 거부합니다. 그레타와 댄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함께 성장하지만, 결국 각자의 길로 갑니다. 그들의 감정은 사랑보다 ‘존중’과 ‘연대’에 가깝습니다.

특히 댄의 딸과의 관계 회복, 댄과 전 아내 사이의 묘한 감정선, 그레타와 데이브의 이별 처리 방식은 모두 ‘화해’와 ‘수용’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과장된 갈등 없이도 깊은 공감을 끌어냅니다.

OST 분석: Lost Stars – 영화의 감정 집약체

"Lost Stars"는 영화 전체의 감정 구조를 요약하는 곡입니다. 그레타는 이를 ‘가사 그대로의 의미’로 불렀고, 데이브는 ‘상업적으로 세련된’ 방식으로 편곡합니다. 이 두 버전은 곧 인물의 방향성과 가치관의 차이를 상징합니다. 청자가 듣고 나서 어떤 버전에 더 감정이입되는지를 통해, 누구의 이야기에 더 공감하는지도 드러납니다.

가사 속 핵심 메시지: "God, tell us the reason, youth is wasted on the young." – 젊음의 의미, 가능성의 낭비, 그리고 그 안에서 길을 찾으려는 인간의 심리를 표현합니다.

왜 비긴 어게인은 인생 영화로 남는가?

  • 감정선이 강요되지 않고 자연스럽다 – 관객의 경험과 겹쳐지는 포인트가 많음
  • 음악과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결합 – OST 하나하나가 서사의 연장선
  • 관계의 회복과 성장 중심 – 가족, 친구, 연인, 동료 관계에 대한 성숙한 묘사
  • 현실적이지만 낙관적인 결말 – 실패 후 다시 시작하는 것에 대한 긍정

진심으로 만들어진 음악은, 삶도 다시 울린다

〈비긴 어게인>은 우리가 삶에서 마주하는 실패, 상실, 혼란을 음악이라는 언어로 천천히 풀어내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거창한 인생 역전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말해줍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지 감상하는 대상이 아니라, 어떤 시기에 다시 꺼내어 듣고 싶은 ‘감정의 플레이리스트’로 기억됩니다. 당신이 지금 어떤 시기를 지나고 있든, 이 영화는 조용히 당신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것입니다. 그리고 말없이 응원할 겁니다. “비긴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