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타임 (About Time, 2013)》은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시간 여행이라는 판타지적 소재를 통해,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감정과 사람들, 그리고 삶의 태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인생 영화입니다. 감독 리처드 커티스는 유쾌함과 감동을 넘나드는 섬세한 연출로, 관객의 마음에 오래 남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영화의 주인공 팀은 평범한 청년이지만, 성인이 되는 날 아버지로부터 가족의 남성들은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됩니다. 그는 이 능력을 통해 연애에 실패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가족을 지키며,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애쓰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진짜 중요한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법’이라는 진실을 깨닫습니다.
시간 여행보다 더 중요한 삶의 태도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과거의 실수를 바로잡고 싶다고 말합니다. 팀 역시 이 능력을 처음 알았을 땐 데이트 실수, 면접 실패, 감정 표현의 부족 등을 바로잡기 위해 시간을 되돌립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음’이 결코 완벽한 삶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차근차근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연애에서 성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였던 시간 여행이, 점차 팀의 인생 철학을 바꾸는 계기로 작용합니다. 그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사람들과의 관계, 감정의 순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그는 시간 여행을 하지 않더라도, 한 번의 하루를 진심으로 살아내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는 깨달음에 도달합니다.
가족과의 이별, 그리고 자연스러운 슬픔
《어바웃 타임》의 핵심은 단지 팀과 메리의 로맨스가 아닙니다. 가장 큰 울림을 주는 관계는 팀과 그의 아버지 사이에서 나옵니다. 아버지는 항상 여유롭고, 조용한 지혜로 팀을 이끌며, 그에게 시간 여행이라는 선물뿐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까지 가르쳐줍니다.
영화 후반, 아버지가 암 선고를 받고 죽음을 준비하는 장면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팀은 시간 여행을 통해 아버지를 계속해서 만날 수 있지만, 결국 그는 자연스러운 이별을 택합니다. 이는 영화가 말하는 ‘삶의 수용’이라는 메시지를 가장 강하게 드러내는 대목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놓아줄 줄 아는 용기, 그것이 곧 성숙이라는 것을 팀은 배워나갑니다.
로맨스의 이상향을 넘어선 공감과 현실성
팀과 메리의 사랑은 격정적이기보다는 소소하고 현실적인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데이트, 결혼, 육아, 그리고 가족 문제를 함께 겪으며 성장하는 커플의 모습은 단지 로맨틱한 판타지를 넘어서 관객의 삶과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메리는 특별한 여성 캐릭터라기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 속 파트너’로 묘사됩니다.
이 영화가 진정한 로맨스로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점에 있습니다. 사랑은 특별한 이벤트나 드라마틱한 사건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진짜 감정을 쌓아가는 것이며, 《어바웃 타임》은 그 점을 따뜻하게 보여줍니다.
시간이 멈추지 않아도 우리는 멈춰 설 수 있다
영화의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팀이 말년에 도달하게 된 삶의 방식은, 아버지가 전수한 삶의 철학과도 같습니다. 바로 하루를 두 번 살아보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평소처럼 살아가고, 두 번째는 감정을 느끼며, 주위를 더 바라보며, 여유와 감사함을 갖고 하루를 다시 사는 것입니다.
결국 팀은 더 이상 시간 여행을 하지 않게 됩니다. 그는 하나뿐인 하루를 진심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관객은 깨닫게 됩니다. 우리도 어쩌면 시간 여행자는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대한다면, 마치 시간 여행자처럼 특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요.
《어바웃 타임》은 리처드 커티스 감독 특유의 따뜻한 영상미와 감각적인 음악 연출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브라이튼 해변의 햇살, 런던의 거리 풍경, 가정집의 평범한 하루까지 모두 잔잔하고 따뜻하게 그려집니다. 여기에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Ben Folds의 “The Luckiest”, Nick Cave의 “Into My Arms” 등은 장면의 감정선을 깊이 있게 완성합니다.
음악과 영상이 어우러지며 전하는 감성은 단순히 슬픔이나 행복을 넘어 ‘그리움’과 ‘감사’라는 감정으로 확장됩니다. 이 영화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정서적 깊이에 있습니다.
맺음말: 우리는 매일, 시간 여행 중이다
《어바웃 타임》은 거창한 사건이나 반전이 없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삶의 본질을 꿰뚫는 깊은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보내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 하루를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조용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영화가 전하는 한마디를 기억해 보세요. “삶은 매일 매일의 선물이다.” 우리는 모두 시간 여행자는 아니지만, 지금의 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 조금 더 사랑하고, 조금 더 감사하며, 당신의 시간을 살아가길 바랍니다.